금괴 원산지 증명을 둘러싼 관세청과 금유통업체들의 법정 다툼이 대법원 상고로 이어지는 등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번 다툼은 지난 2006년 체결된 한·EU FTA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이후, 금괴 수입이 급증했던 200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EU FTA 발효 이전에는 금괴 수입에 대해 3%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FTA 발효로 양허관세(0%)가 되자, 금괴 수입도 늘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해오던 관세첨이 서울세관과 대구세관을 통관한 스위스 금괴의 현지 생산현황과 국제거래 동향을 정밀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유통업체들의 원산지 신고 위반을 찾아냈던 것. 즉 스위스산이 아닌데, 스위스산으로 신고했기에, 3%에 해당되는 금액을 다시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게 관세청의 주장이다.   
이에, 관세청은 금유통업체 KGTC를 비롯해 삼성물산,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7개 업체에 약 120억 원의 관세부과 처분을 내렸다. 이들 업체 중 KGTC 한 곳에만 무려 64억 원의 관세가 부과됐다. 
지 난해 5월에는 국내 4위 금유통업체였던 골드인베스트먼트의 이 모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회사는 이미 폐업한 상태다. 이 사안에 대해 관세청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세청은 “소송 진행 중인 사안에는, 일체 답변할 수 없다”라고 맞섰다.  
금유통업계에서는 제2의 이 모 대표가 또 다시 나오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관세청은 정당한 법절차에 의해 관세부과 결정을 내렸다고 항변하는 상황이지만, 일부 금유통업체들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만큼의 관세를 부과받았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GTC 유 대표 “끝까지 싸울 것”
실제로 KGTC 유동수 대표는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64억 원으로 평가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딱 64억 원만 부과했다”며 “관세청의 이번 결정은 회사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억울해했다. 
유 대표는 또 “스위스 관세당국이 관세청의 요구 시한인 10개월이 지나 ‘스위산이 맞다’라는 공문을 우리 정부에 최종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10개월이 넘었다는 이유로 관세부과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정부를 상대로 관세부과 처분취소 소송절차에 들어갔으며, 이제 마지막 대법원 상고심만 남겨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는 특히 “국내와 같이 원산지 소송에 휘말린 스위스 관세당국이 불가피하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결국 2011년 12월에 열렸던 한-스위스 원산지협력회의에서 금괴의 원재료, 생산공정 및 원산지 판정내용이 담긴 공문이 관세청에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1·2심 재판부는 스위스 관세당국의 원산지 증명 공문보다 10개월이 넘었다는 것에 초점을 관세청의 손을 들어주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상대방이 확인해주지 않는 이상, 금괴 수입업자는 그 원산지를 정확이 알 수 없고, 거래 상대방의 관세당국이 최종적으로 확인해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주장이다.  
대법원에서의 패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대법원이 1.2심과 마찬가지로 관세청의 손을 들어준다면 헌법소원까지 갈 작정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도 개별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주얼리업계 “LS니꼬의 갑질이 겁나요” 
주 얼리 업계는 KGTC와 관세청의 이번 소송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행여나 KGTC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고, 그 자리를,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LS니꼬에 빼앗기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소송 당사자는 관세청인데, 이번 소송의 최대 수혜자가 LS니꼬라고 주얼리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 KGTC는 평균 2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LS니꼬가 이 보다 많은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40~50%물량을 약 60여개의 크고 작은 유통업체들이 커버하고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유 대표는 “KGTC가 설립되기 전에는 독점하다시피 한 LS니꼬가 국내 공급량을 조절할 정도로 ‘갑’질을 했다”며 “그에 따라, 현장에서는 물량이 부족해도 LS니꼬가 물량을 풀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주얼리 업계에선 LS니꼬가 업자들을 불러 줄 세우기를 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LS니꼬의 갑질에 시달린 중간유통업자 17명이 모여 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기획했고, 이를 계기로 지난 2001년 KGTC를 설립하고 주주로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대 기업의 대항마로 출발한 KGTC는 정도경영과 투명한 경영을 표방했고, 업계로서도 KGTC가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사세는 나날이 확장해, 불과 몇 년 만에 점유율 25%를 넘기도  했다. KGTC의 급성장을 지켜본 국세청도 3차례나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했지만, 단 한 차례의 세금추징도 하지 못했다. 이 때부터 LS니꼬의 점유율 역시 급격히 하락했던 것.
“LS니꼬의 갑질이 겁나요”라며 손사래를 치는 한 업주의 얘기처럼, 주얼리 업계의 이목은 마지막 상고심으로 쏠려있다.  
 
 
박스=법무법인 화우 전오영 변호사
FTA 상호신뢰주의 의거 오렌지 통상마찰 타결됐지만…
 
-12심에선 패소한 것으로 들었다
우 선 관세청이 관세법 조문 자체의 문구해석이나 형식적인 절차에 무게를 두고 결정을 내린 것 같다. FTA와 관련된 관세법의 경우 외교통상 마찰로도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을 기울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1,2심 재판부 역시 FTA의 실제적인 입법취지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의 그러한 주장만을 받아들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근 미국산 오렌지의 원산지 증명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한국이 마찰을 빚었는데
우 리 법무법인도 관계가 된 부분이라서, 유심히 지켜봤다. 일단 한국 정부가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해 미 농무부의 원산지 표시를 인정하기로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양국 간 통상마찰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렌지는, FTA의 상호신뢰주의 원칙에 따라 양국이 대화로 풀어가는 데, 왜 유독 스위스한테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절차상 하자로 스위스 당국이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관세청은 3심을 앞둔 지금까지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 같다. 결국 양 당사국의 팽팽한 신경전에 납세의 의무를 진 국민만이 고통을 받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상고심에서는 어떤 변론으로 맞설 것인지
사 실 관계 확인은 이미 다 끝난 상황이다. FTA의 입법취지와 당사국 간 상호신뢰주의를 근거로 이번 관세청 결정의 부당성을 피력할 것이다. 이밖에도 스위스의 절차상 하자만 주장하는 관세청에겐 원산지 검증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 또 검증절차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FTA 예외규정에 따라 스위스 관세당국의 절차상 하자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으로 법리적 해석을 해나갈 것이다.    
 
-소송 전 열린 관세청 심사청구위원회도 스위스 관세당국이 보내온 최종 원산지 증명이 효력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아는데
위 원회의 결정과 달리, 재판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공문을 보내는 과정에서 빚어진 스위스 관세당국의 기간과 절차상 문제가 원산지 증명이 안 된 걸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또 관세청이 제시한 10개월 이내에 답이 안 왔다고 해서 이유 불문하고 원산지 증명이 안 된 걸로 보는 부분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출처 : 소상공인신문 <http://www.sbnews.or.kr/>